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나란히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선두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나란히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37개 기업 중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15조1269억 원을 달성해 전년(9조8249억 원)보다 5조3020억 원(54.0%)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는 줄곧 삼성전자 차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796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은 2022년 43조3766억 원에서 2023년 6조5670억 원으로 84.9%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 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또 다른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수익성 부진을 겪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에 6조80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대기업집단 상장사 중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7조7303억 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는 지난해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원가개선 활동과 함께 생활가전과 전장사업의 성장으로 수익성을 유지했다.
지난해 가장 의미 있는 실적 성장을 달성한 곳은 현대차와 기아다. 자동차 판매가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고부가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한 믹스 개선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조1269억 원, 11조6079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9조8249억 원, 7조2331억 원) 대비 54.0%, 60.5% 증가했다. 지난해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곳은 현대차와 기아뿐이다.
다만 올해도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를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턴을 기반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6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수치(6조5670억 원)를 넘었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예스코홀딩스다. 2022년 14억5900만 원에서 2023년 575억 원으로 3840.1% 늘었다. 같은 기간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도 25억9300만 원에서 340억 원으로 1210.0% 상승했다.
LX그룹 건자재 계열사인 LX하우시스도 2022년 149억 원에서 2023년 1098억 원으로 635.1% 증가하며 그 뒤를 이었다. 국내 부동산시장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택한 해외시장 공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 등 16개 기업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355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82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삼성중공업(2333억 원)과 HD현대중공업(1786억 원)도 흑자로 전환됐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 비중이 확대됐고, 신조선가(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100으로 기준 내 지수화한 지표)가 상승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