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촉각…체급 차이 커 ‘메기’ 역할 의문

시중은행 전환 데드라인 2주 앞…작년 순이익 3639억, KB국민은행의 1/10 수준, 영업점 대구·경북 집중도 약점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데드라인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은행은 신규 설립이 아니기 때문에 예비인가 과정 없이 본인가만 거치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만 시중은행과의 체급차가 커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깰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계좌 불법 개설에 대해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 개설업무 3개월 영업정지 중징계까지 받았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DGB대구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순이익은 36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878억 원) 대비 6.2% 감소했다. 

민생금융 지원 비용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적발표자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은 3482억 원으로, 2022년(2027억 원)보다 71.8% 증가했다.

DGB대구은행은 현재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은행업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지를 밝혔다.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한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2월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본인가 신청서를 냈다. DGB대구은행은 이미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어 예비인가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본인가를 신청했다. 은행법상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는 접수일로부터 3개월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5월 7일 이전에 전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순이익이 약점으로 꼽힌다. 궁극적인 전환 이유인 은행권의 판을 흔드는 '메기'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시중은행 5위인 NN농협은행(1조7805억 원)과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시중은행 1위인 KB국민은행(3조1500억 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추가 충당급 적립이 불가피해 올해 순이익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 지역에 영업점이 몰려 있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200개 국내 지점 중 대구와 경북에 각 122개, 59개가 위치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와 부산에 5개, 서울과 경남에 3개, 인천과 대전, 울산에 1개씩을 두고 있다.

이에 DGB대구은행은 영업점 대신 비대면 채널 확대를 통해 고객잡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새로운 사명 iM뱅크’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라는 비전을 담았다.


DGB대구은행을 이끌던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DGB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DGB만의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새 시험대에 오른 만큼 기존 금융과는 다른 DGB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게 핵심"이라며 "가장 지역적인 전국은행으로서 새 포지셔닝(positioning)을 만드는 동시에 그룹 시너지를 함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DGB대구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1명이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의 정당한 실지명의 확인 등을 거치지 않고 1547명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1657건을 임의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정지, 과태료 20억 원 등 중징계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징계 이슈를 매듭지으면서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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