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1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규모 차이가 큰 영향을 끼쳤다.
1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한금융지주의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1조3215억 원으로 집계됐다.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2740억 원)이 포함됐다.
신한금융지주는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KB금융지주와 경쟁을 벌여왔다.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고금리를 바탕으로 한 이자수익 증가로 순이익을 늘렸다. 당시 역대 최대인 4조6656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KB금융지주(4조1530억 원)를 제치고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상생금융지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으로 순이익이 줄었다. 4조36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조631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금융지주는 올 들어 다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1분기 순이익이 KB금융지주(1조491억 원)보다 2724억 원 앞서며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홍콩 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 등 일회성 비용이 순위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H지수는 중국본토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주식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추린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ELS는 만기 내 지수·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계좌들이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1만1000선이었지만 지난해 말 5000선까지 하락하면서 손실률이 급증했다. 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계좌는 상당액의 손실이 예상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1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4대 시중은행은 정기이사회에 홍콩 ELS에 대한 자율배상 관련 안건을 상정했고, 1분기 실적에 자율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홍콩 ELS 배상액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1조595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1조3880억 원) 대비 14.9% 증가하며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KB금융지주도 홍콩 ELS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했기 때문에 KB금융지주가 반영한 일회성 비용 역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다.
KB금융지주는 1분기에 862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다. 이를 제외하면 1분기 순이익은 1조91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5103억 원)보다 26.5% 증가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