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해외 첫 투자처를 인도네시아로 택했다. 카카오뱅크가 지분 투자를 단행한 슈퍼뱅크가 지난달 출범했다. 다만, 이미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가 지난달 19일 출범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인 그랩과 현지 미디어 기업인 엠텍, 싱가포르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지분 10.05%를 1033억 원에 인수했다. 모바일 뱅킹 성공 노하우와 금융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상품 및 서비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에 대한 자문을 수행해왔다.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서비스를 차용해 매일 소액과 잔금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사업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었다. 지난해는 3549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경남은행(2571억 원), 광주은행(2407억 원), 전북은행(2045억 원), 제주은행(51억 원) 등 지방은행을 제쳤다.
카카오뱅크는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가장 먼저 투자처로 선택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침투율이 높고, 디지털뱅크에 우호적인 분위기라 우리나라 금융권에게 기회의 땅으로 평가된다.
국내 시중은행 4곳도 이미 인도네시아 진출을 완료했다. 다만 수익 확보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4개 인도네시아 법인의 올해 1분기 순이익 합계는 -217억 원으로, 적자를 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에서 53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336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8월 부코핀은행 지분 67%를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뱅크 KEB 하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순이익도 악화됐다. 각 2023년 1분기 381억 원, 603억 원에서 올해 1분기 98억 원, 142억 원으로 74.3%, 76.5%씩 감소했다.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방법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투자 방식을 택하면서 비용 리스크 등의 부담을 줄였다. 향후 확보한 지분 10.05%를 바탕으로 한 지분법이익을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업 경험을 축적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를 거쳐 태국에도 진출한다. 지난해 6월 태국의 금융 지주사 SCBX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태국 중앙은행의 인가 계획에 맞춰 다음달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