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수익성에서 외형성장으로 전략 바꿨나

임기 만료 앞두고 실적 내리막세‧그룹사 부진 속 입지 강화 위한 노림수로 풀이

[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현대건설 CEO 취임 후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중시했던 정수현 사장이 최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보인 출혈경쟁 행보를 놓고 업계 분석이 분분하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 사장의 전략이 외형성장 중심으로 바뀐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총사업비
10조 원의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주택공사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출혈경쟁을 보여, 업계에선 사업 진행시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합에
2조 원가량을 2022년까지 무상 대여키로 했고, 건축특화 계획에도 5000억 원 이상을 약속했다. 조합원 이사비도 7000만 원 무상으로 지원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조합 측은 이사비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고가 선물, 식사 제공 등 과열경쟁에 따른 비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자연스레
승자의 저주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일단 수주를 따내고 보자는 전략으로 선심성 공략을 제시함에 따라 수익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호재로 보는 측면이 약했다
. 현대건설이 수주를 확정한 다음날 주가는 전일 대비 1%가량 떨어졌다.

현대건설의 출혈을 감수한 수주행보는 정 사장이
20116월 정몽구 회장에 의해 CEO로 발탁된 이후 그간 펼쳐온 수익성 중심 전략과 사뭇 다른 장면이다. 정 사장은 현대건설 CEO 취임 후 수주심의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경쟁이 심했던 중동국가에서 물러났다. 경쟁 입찰에서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수익성을 위해 신흥시장으로 관심을 돌렸고,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비중을 10%에서 50%가량으로 높였다.

정 사장이 반포 재건축 수주전에서 출혈경쟁과 함께 고 정주영 창업주까지 마케팅에 활용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리막세로 돌아선 현대건설의 실적 흐름
, 자동차제조 중심 그룹사의 부진 속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 사장은 지난달 반포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합동설명회에도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했다.

현대건설은 정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이 줄곧 성장했다. 10조 원대였던 매출은 19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도 2015년 건설업계 처음으로 1조 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매출이 내리막세로 돌아섰다
. 올 들어서는 상반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 안팎으로 모두 뒷걸음질 쳤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정 사장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에서 장수 CEO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연임이 어려운 현대차그룹의 인사 특성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의 눈에 띄어 발탁된 정 사장으로서는 그룹이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존재감을 높이는 성과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반포 재건축 수주로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
(THE H)의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감안하면 비용은 상쇄가능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수현 사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의 CEO. 1975년 현대건설 입사 후 국내외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평사원으로서 CEO까지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현대엠코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그의 경력은 오롯이 현대건설에서 써졌다.

s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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