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그룹이 '형제 경영‘ 복귀탄을 쏘아올렸다 5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장세주 회장이 8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장 회장은 장세욱 부회장과 함께 지주사를 이끌며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 분할 3사인 동국홀딩스와 동국제강, 동국씨엠이 유가증권시장에 변경상장 및 재상장을 완료한 후 거래를 재개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인적분할을 공식화했다. 철강 부문을 열연 사업과 냉연 사업으로 전문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올해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인적분할을 가결하고 3개 회사로 쪼개졌다.
사업회사는 열연과 냉연 사업을 맡는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이 신설됐다. 현장 전문가로 평가되는 전문경영인인 최삼영 대표와 박상훈 대표가 수장을 맡는다.
기존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로 변경됐다. 지주사로 그룹의 전략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계획이다. 기존에 동국제강을 이끌었던 장세욱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또한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동국제강그룹의 3대 회장인 장세주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장세주 회장은 1953년 고(故) 장상태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93년 동국제강 기획조정실장 상무, 1998년 동국제강 부사장(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1999년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 2001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취임 이후 고부가가치 전략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광폭 조선용 후판과 열처리재 후판 산업생산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선대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브라질 CSP 제철소 건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CSP제철소는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CSP제철소는 가동 이후 연이은 순손실을 기록하며 부담감을 키웠다. 2021년에는 약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긴 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이 국내 전기로 제강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2023년 3월 지분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와 같은 경영을 이어가던 장 회장은 2015년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8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한 후 5년 간의 출소 제한으로 인해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장 회장의 빈자리는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채웠다. 장 부회장은 취임 이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후판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인 컬러강판 제품군을 강화했다.
동국제강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능력 기준으로 컬러강판 1위에 올라있다. 부산공장은 단일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85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해외에서는 멕시코와 태국, 인도에 코일센터를 세우고 연 38만 톤의 가공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이익도 쌓아갔다. 2021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8030억 원으로 집계되며 13년 만의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지난해에는 하반기 전방 수요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감소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7435억 원으로 7.4% 줄었다.
재무건전성 불안도 털어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기존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97.1%로, 전년 말(102.6%) 대비 5.5%p 개선됐다. 또한 한국신용평가로부터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받기도 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8월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 족쇄가 풀렸다. 이후 동국제강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적분할을 계기로 공식적인 경영 복귀에 성공한 장 회장은 장 부회장과 형제 경영을 펼친다.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철강 사업과 연관된 소재, 부품, 장비 등 분야를 최우선 검토하겠다"며 "지주사 전환 후 벤처캐피탈(CVC)를 설립 혹은 인수를 추진해 신수종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주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지분 현황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18조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비상장 자회사는 50% 이상까지 확보해야 한다.
동국홀딩스가 사업회사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지주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동국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지분은 각 4.12%에 불과하다.
분할 당시 인적분할을 택함으로써 신설 회사들의 본래 소유하고 있던 지분율대로 사업회사들의 지분을 확보하긴 했지만, 30%에 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동국홀딩스는 하반기 중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신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 지분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장세주 부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은 각 회사별로 13.52%, 8.7%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승계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장세주 회장이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와 차남인 장승익씨에게 주식 20만 주와 10만 주를 각각 증여했다. 이를 통해 장 전무의 지분율은 기존 0.83%에서 1.04%로 확대됐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