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에쓰오일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불안정한 정유사업 비중을 낮추고 석유화학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에쓰오일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의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1조7096억 원으로 전사 매출 9조3085억 원의 11.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분 매출 추이를 보면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7.0%까지 기록했지만, 2022년 11.8%, 2023년 12.3%에 머물렀다.
에쓰오일은 10%대 초반인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2년 내에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 사업의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국내 석유화학산업 최대 투자 규모인 9조2580억 원을 투입해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로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TC2C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를 얻게 된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샤힌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320만 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업계에선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비중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로 미래가 불투명한 정유 사업을 꼽았다. 정유는 에쓰오일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분이 2023년 250만 배럴에서 점점 줄어 2024년 80만 배럴, 2025년 100만 배럴, 2026년 70만 배럴, 2027년 90만 배럴, 2028년에는 0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부터는 석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축소 등으로 석유화학 산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투자가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수익성 하락을 경험한 관련 기업들은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다른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이 2021년 47%에서 2022년에 40.8%에 이어 지난해 31.1%까지 줄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직 석유화학 비중이 12%로 낮아 25%로 올리고 사업을 다각화하려고 한다”며 “납사를 수입하는 다른 석유화학기업들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접 원유를 들여와 납사를 뽑아내는 에쓰오일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