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R&D과제 연구노트 아직도 손으로 씁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60% 수기 작성…R&D 데이터·노하우 축적 위해 전자연구노트 필요

[작성중]“국가R&D과제 연구노트 아직도 손으로 씁니다”
연간 30조 원이 집행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국가 R&D 과제)의 귀중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사장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R&D 과제 수행 시 작성해야 하는 연구노트를 디지털화하지 않고 여전히 손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7일 데이터뉴스가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최근 공개한 ‘2024년도 연구노트 작성·관리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공공연구기관의 전자연구노트 사용 비중이 36.7%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서면연구노트를 사용하는 기관이 59.8%에 달했고, 3.5%는 아예 연구노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1월 11일까지 국가 R&D 사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공공연구소, 출연연구소, 대학 등 395개 공공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노트는 R&D 수행 과정에서 얻은 정보, 데이터,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자료다. 연구 과정의 아이디어, 노하우, 연구 데이터를 기록, 관리하고 실험의 재현, 연구소의 지식과 노하우 전수에 쓰인다. 또 발명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며, 연구 평가 시 성실한 수행을 입증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효용성 때문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지침 등 관련 법제도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 시 연구노트를 작성하고 30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자연구노트 사용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서면연구노트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조사 결과, 전자연구노트 사용 비중은 2022년 22.8%, 2023년 27.5%, 2024년 36.7%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서면연구노트 사용 비중이 23%p가량 높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신속하게 서면연구노트를 전자연구노트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서면연구노트가 ▲정보 공유 및 검색의 한계 ▲정보 저장의 한계 ▲기록·관리방법의 비효율성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작성자를 제외한 연구자의 접근성이 낮고, 공동연구자가 많으면 기록된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한 공동 활용이 어렵고 원하는 기록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또 전자적 데이터를 서면으로 기록하기 어렵고, 특히 제약, 생명공학 등 실험실에서 나오는 정보의 양이 엄청난 경우 이를 옮기기 매우 어렵다. 

이와 함께 디지털화되지 않은 서면연구노트는 제대로 관리, 보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에서 발주하는 국책 R&D 과제는 연구자들이 연구노트를 작성해 관리하게 돼 있지만, 과제 평가만을 위해 서면연구노트를 작성하고 과제가 종료되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연구노트는 이같은 서면연구노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많은 양의 정보의 보관과 정리가 간편하고 특정 자료의 검색이 쉬워 중복 실험을 방지할 수 있으며, 과거 데이터를 참고해 높은 수준의 실험 계획 및 실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실험 정보의 기록이 가능하며, 다수의 연구자들과의 정보 공유와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작성 일시, 기록작의 서명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고, 시점인증을 통해 점검자의 서명을 대체할 수 있어 서명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전자연구노트 사용을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적어도 의미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전자연구노트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비용, 보안 우려 등 다양한 이슈가 있어 일괄적으로 전자연구노트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며 “국가R&D과제 평가 시 전자연구노트를 사용하면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전자연구노트 사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정부연구개발사업의 집행액은 30조5731억 원, R&D 과제수는 7만1804건으로 집계됐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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